보도자료
'5천 납입, 3천 수령?'… 경증치매보험, '배보다 배꼽' 논란
- 작성자
- 보험개발원
- 작성일
- 2018.11.16
'전기납 3천만원 경증치매보장보험' 함정 "총납입보험료 > 보장금액"… 고연령·보험료 납입기간 길수록 총납입보험료↑ "가성비 빈축"
[insura] "배보다 배꼽이 큰 치매보험료", 치매 어머니를 둔 A씨의 한숨 섞인 이야기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013년(65세) 스스로 치매보험에 가입했다.
매월 약 13만원(20년납, 90세만기)의 보험료가 부담되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치매에 대비키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가입 5년 후인 70세 시점, A씨의 어머니는 치매진단을 받았고 CDR척도 등 각종 검사와 진단서 제출 후 치매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로부터 받은 보험금은 300만원에 불과했다. 경증치매진단시 300만원, 중증치매진단시 3000만원이 지급되는 상품으로 A씨 어머니는 경증치매였던 것이다. A씨의 어머니와 A씨는 5년간 냈던 보험료보다 더 적은 보상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5년간 780만원의 보험료를 냈으니 정확히 480만원 손해본 셈"이라며 "차라리 적금을 드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비단 과거 치매보험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경증치매 보장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2018년 치매보험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 '경증치매' 앞세운 마케팅 활발
15일 업계 및 상품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매간병보험' 매출 승패는 '경증치매진단비'에서 판가름난다.
손보-생보 막론 경증치매진단비 보장금액이 상향일로를 달리는 까닭이다. 최근엔 경증치매진단시 최고 30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도 등장했다.
보험사들이 경증치매진단비 보장금액에 이토록 목숨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7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약 72만명으로 만 65세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다. 또 매년 그 수가 급속도로 증가해 2024년에는 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치매는 정도에 따라 '최경도·경도·중증도·중증이상'으로 환자를 구분한다. 치매 환자의 중증도별 분포는 2012년 기준 ▲최경도 치매 17.4% ▲경도 치매 41.4% ▲중증도 치매 25.7% ▲중증 치매 15.5% 등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5세이상이 40.3%, 80~84세 25.8%, 75~79세 20.4% 등 고령일수록 치매를 많이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영업현장 및 소비자들은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경도치매 환자가 41.4%에 달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15일 현재, 각사별 경도치매진단비 분석결과 △KB·미래에셋생명 200만원 △흥국·DB생명 300만원 △현대해상 1000만원(알츠하이머포함) △NH농협손보 2000만원 △메리츠화재 3000만원을 위시한다.
이들 보험사들선 '경도치매도 보장한다'는 식, 치매간병보험 마케팅에 공격적 행보다.
문제는 총 납입보험료가 경도치매진단비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구조 때문에 경증치매진단시 소비자는 보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금융보험통신 표 참고 >
■ 배보다 배꼽↑, 경증치매플랜
최근 A보험사에선 경증치매진단시 무려 3000만원을 보장하는 파격적 상품을 내놨다.
영업현장선 '업계 최고 가입금액, 경증치매진단비 3000만원' '이 금액 이대로 단 일주일만 가입 가능'이라며 절판마케팅에 분주한 상황.
그러나 상품전문가 등 일각선 A사 상품을 두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비난한다.
90세 만기, 전기납(보험료를 내는 기간과 보장기간이 동일), 무해지형 상품임에도 보험료가 높게 구성되기 때문이다.
치매발병률은 65세이상 노인에서 9.5~13%, 80세이상에서는 무려 40%를 넘는다.
80세 치매발병 가정시, 50세 여성 가입자는 30년간 총 4929만1200원(월 13만6920원)을 60세 여성 가입자는 20년간 총 5268만7200원(월 21만9530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초기 치매 환자가 58.8%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경증치매진단비 3000만원을 보장받기 위해 5000여만원을 내는 셈이다.
심지어 중증치매진단비 1억원을 보장받으려면 경증치매진단비 수령 이후 전기간 동안, 즉 만기까지 보험료를 납입해야 한다.
치매는 조기 발견 후, 중증치매로 진행되기까지 약 8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다만 이는 치매약을 복용하지 않았을 경우로 한정된다. 투약을 하면 중증치매로 진행되는 비율이 20%로 낮아진다.
한 상품전문가는 "경증치매진단비 수령 후 중증치매진단비를 보장받으려면 50세 여성은 1314만4320원을, 60세 여성은 2107만4880원의 보험료를 8년(치매약 복용하지 않을 경우)간 추가로 또 납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젊은 40세 가입자 역시 전기납 상품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40세 여성이 경증치매진단비 3000만원, 중증치매진단비 1억원을 보장받으려면 매월 8만945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치매발병률이 높아지는 80세까지 40년간 4293만6000원을 납입해야 하는 형국.
실제 한 치매 및 간병관련 카페선 A사 상품을 두고 치매보험을 드느니 적금을 드는 것이 낫다고 추천하기도 했다.
■ 보장보험료 규모… 중증 < 경증
B보험사 치매간병보험도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경도치매진단비 1000만원을 앞세운 마케팅이 활발한 가운데 비싼 경도치매보험료가 유독 눈에 띈다.
50세 여성·20년납 90세 만기 기준 경도치매진단비 월 500만원 구성시 해당 특약의 보험료만 1만2055원에 달한다. 반면 동일 보장금액의 중증도치매진단비 보험료는 8405원에 불과했다.
▲기본계약(중증치매진단 CDR 3점이상) 1000만원 ▲경도이상치매진단(CDR 1점이상) 500만원 ▲중증치매진단(CDR 2점이상) 500만원 ▲경증알츠하이머진단 500만원 ▲파킨슨병진단 1000만원 구성시 50세 남성의 월보험료는 6만1225원, 60세는 7만916원으로 나타난다.
향후 경증치매진단비 1000만원 보장을 받으려면 50세 남성은 1469만4000원을, 60세 남성은 1701만9840원을 납입해야 한다.(20년납)
경증치매진단비 2000만원이 마케팅 포인트인 C보험사 상품 또한 40세 남성 기준 매월 8만2927원(20년 총 납입보험료 1990만2480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야 보장이 가능하다.(20년납 90세 만기, 기본플랜)
'차라리 적금을 드는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한 이유다.
상품전문가는 "보험사들선 '업계최대 경증치매진단비'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치매간병보험 가입을 유인한다"며 "그러나 내는 보험료 규모 대비, 소비자가 누리는 경증치매진단비의 보장 효과는 미미한 형국으로 보장 및 보험료 재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값싼 치매입원비 대안으로 떠올라
한편, 영업현장선 보험료가 비싼 경증치매진단비 대신 '치매입원비'를 주목하고 있다. 치매입원비는 중증치매뿐 아니라 경증치매로 입원한 경우에도 입원 첫날부터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치매 입원 환자가 한해 평균 165일을 병원서 보낸다는 분석결과(건보공단)가 나온 가운데, D보험사의 '치매입원비 플랜'이 화제다.
D사 설계사는 "CDR척도 없이, 치매진단 후 입원시 입원 첫날부터 7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된다"며 "치매로 1년간 입원시 연간 최고 1260만원(7만원×180일)을, 8년동안 매년 180일씩 치매로 입원시 최대 1억80만원(7만원×180일×8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저렴한 치매입원비 보장보험료가 강점으로 꼽힌다. 100세만기·20년납 '치매입원비 7만원 보장' 기준, 40세 남성의 월 보험료는 2989원, 여성은 4081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실상황에 눈높이를 맞추고, 가성비 높인 치매간병보험 개발이 절실한 실정이다.
[유은희 기자 reh@]
<ⓘ보험일보(www.insura.net)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