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실손청구 간소화 "금융위 찬성"… '의료계 반목투쟁' 예고

작성자
보험개발원
작성일
2019.10.25

금융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앞서 '신중검토 → 동의' 입장 선회… '병·의원급' 단계적 시행 검토 "의협 등 강력반발"

 

[insura]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앞두고 금융위가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찬성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가 견지해온 '신중 검토론'서 선회한 만큼, 개정안 법제화 절차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다만 의료계 강력 반발 등으로 최종 확정까지는 '난산'이 불가피하다. 특히 의협 등은 법안저지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 금융위, '찬성'으로 입장 선회

24일 국회 정무위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공개한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2건에 대해 기존 '신중검토'서 '동의'로 입장을 변경했다.

실손의료보험은, 3400만 국민이 가입, '제2의 건강보험'이라 불린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절차의 복잡불편으로 보험가입 환자들의 보험금 포기 사례가 빈발해왔다.

이에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의 실손청구 간소화 권고에 불구, 의료계 강력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개정안은 고용진·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 실손가입 환자의 보험금 청구가 용이토록 병원이 환자 진료내역 등을 전산(중계·위탁) 시스템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현행은 환자가 진료명세서 등 병원으로부터 종이서류를 발급, 보험사에 직접 제출·청구하는 형태다.

그러나 청구과정이 번거롭고 복잡하다보니 실손가입자들은 소액의 보험금은 청구 없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빈발하는 형국.

보험사 입장서도 서류 접수·입력 등 업무부담이 적지 않다.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실손보험금 청구시 영수증 및 진료비 내역서를 의료기관-심평원 간 구축된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재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청구 전산시스템을 심평원이 아닌 전문 중계기관에 위탁해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융위는 두 법안에 모두 '신중 검토' 입장을 견지해왔다.

금융위는 "법률안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청구 불편 해소방안에 대해서는 요양기관, 보험사 등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입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던 금융위가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개최를 하루 앞두고 정무위에 '동의' 의견을 제시한 것.

금융위 관계자는 "법률안 취지와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병원-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 단계적 시행 방안이 검토 가능하다"고 전했다.

보험금 청구서류의 전송위탁과 관련해선 '전적 동의' 의견과 함께 "다만 심평원에 위탁할 것인지, 별도의 중계기관을 설립할지는 복지부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실손청구 간소화에 대해 '심평원 또는 보험사가 의료데이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강력반대 주장을 펼쳐 왔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심평원-보험사가 서류전송 업무 외 여타 목적으로 의료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고심 중이다.

고용진 의원실은 "결국 개인정보보호, 시스템구축비용 등을 고려한 결과, 심평원이 최적의 중계기관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중계기관을 심평원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 의료계가 심평원의 정보집적과 향후 비급여 의료비용 심사 등을 우려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집적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의료계의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반대 명분은 소멸되는 셈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관련입장을 적극 표명키도 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8월 인사청문 답변서에서 "가입자 편익제고 측면에서 중요과제"라며 "심평원은 안전성, 비용효율성 측면서 중계기관으로서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 의협 "국민 편의 아닌 보험사 특혜"

한편, 금융위의 이 같은 행보에 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보험업계를 위한 특혜'라며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강력반발에 나섰다.

24일,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을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환자 정보 취득 간소화를 위한 악법"이라며 "법안 저지를 위해 투쟁까지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올 상반기 6개월간 실손보험 손해액은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며 "'손해율이 100~130%에 달해 100원을 팔면 30원을 손해본다'는 보고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 생보사 5곳은 실손보험 판매를 아예 중단하기까지 했다"면서 "그런데도 보험업계는 공식적으로 '소비자가 더 쉽게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실손청구 간소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앞뒤가 맞지가 않다며 보험업계가 숨기고 있는 의도가 있다는 게 의협 측 주장의 요지다.

 

또 의협은 "청구 간소화시, 보험사 입장선 의료기관으로부터 보험사가 원하는 환자 건강·질병 정보를 마음껏 신속하게 제공받게 된다"며  "일차적으로는 환자가 보험금을 신속하게 수령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과정서 보험사는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새로운 보험가입 유도, 기존 계약갱신 거부,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개정안에 대해선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에 부당하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환자정보를 아무런 통제없이 보험사 요구대로 제출하게 하는 악법'이라고 평했다.

"심평원이나 제3의 중개기관을 통해 의료기관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험사로 전달하게 했는데, 이는 결국 보험금 청구과정을 간소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하는 것"이라며 "심평원이나 중계기관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누출되거나 오히려 악용될 가능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개정안 강행시 총력 투쟁에 나설 태세다.

"정말 환자의 청구 간소화를 통해 소비자의 권리를 신장시키려면 실손보험사들이 먼저, 청구를 위해 필요한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세우고 보험사에 상관없이 통일된 청구방법과 서류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될 일"이라며 "만약 의료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될 경우, 협회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13만 의사 회원의 총력을 모아 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의협 측 경고다.

 

■ 업계 "비급여 노출 막기 위한 억지"

보험사를 비롯, 업계 안팎선 '의협發 우려'보다는 '비급여 진료내역 노출 및 비급여 표준화 조치 등과 관련한 우려'를 실손청구 간소화 강력 반발의 이유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가 간소화된다해서 소비자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줄거나하는 불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이어 "'환자 개인정보'를 볼모로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며 "비급여 표준화, 보험금 지급기준이 건보처럼 엄격해져 결국 수익 악화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일부 병의원의 비급여 치료의 과잉진료 행태는 우려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복지부-심평원 실시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조사' 결과, 도수치료의 최저금액은 1000원인데 최고금액은 30만원으로 최대 300배 격차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서 청구 간소화는 서류처리관련 인력·부대비용 절감, 신뢰 제고 기회"라며 "실손보험 이용 편리성은 높아지고, 청구 간소화 여부와 관계없이 보험금 지급내역도 동일하니 결국 소비자들이 혜택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월, 소비자·시민단체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9개 시민단체는 실손보험금 청구 누락의 핵심이유를 '복잡한 청구과정 및 각종 증빙서류 구비의 번거로움'이라고 지적, 청구 간소화를 도입해 소비자 편익제고는 물론 진료정보의 투명성까지 도모해야 한다고 전한 바 있다.

 

[유은희 기자 r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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